자유로운 새
어버이날을 맞아 일정을 내어 부모님 댁에 방문했다. 아버지 어머니 모두 잘 계셨다. 아버지는 2주전 건강검진 결과가 좋지 않아 약을 드시고 계셨다. 일반인보다 몇 배는 높은 간수치로 말 못할 어려움이 있으셨던 것 같다. 아침에 함께 병원에 가서 검진을 보고 점심 식사를 한 후 다시 병원에 돌아갔다. 초음파와 혈액 검사 결과를 받을 수 있었다.

다행히도 아버지의 간 수치는 정상으로 돌아오셨다. 더불어 혈당과 혈압까지 좋은 상태로 돌아오셨다. 2주 전 겪었던 몸의 이상이 많이 두려우셨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식습관이나 운동, 그리고 처방 받은 약도 빠지지 않고 잘 챙겨 드셨나보다. 아버지의 표정은 많이 밝아지셨다. 비교적 짧은 기간 안에 정상으로 돌아왔다는 것도 그렇고, 처방 받은 약이 효과가 좋았던 것도 있다.

평온한 집에서 아무런 연락도 받을 일 없이 낮잠을 청했다. 들리는 소리라곤 여러 산새들의 지저귐 뿐이었다. 잠에서 깨어 밖으로 나오니 선선한 바람이 부는 아름다운 날이었다. 어머니는 마당 앞 텃밭에 들깨를 심고 계셨다.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 것 같던 이 시골 동네도 조금씩 사람들이 모여들고, 조금씩 더 나은 곳으로 발전하고 있다.
문득 사람으로 사는 것은 참 어렵다는 생각도 들었다. 강인한 정신을 가지고 있는 이들은 그 강인한 정신으로 힘든 세상을 이겨내기도 하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기도 한다. 꺾이지 않는 마음은 아집이 되어 자신을 파괴하기도 한다. 고인이 된 스티브 잡스가 제대로된 치료를 거부하고, 자신이 믿는 치료 방식을 고집하며 생을 마감한 것처럼.
어머니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눌 때 옆집의 개는 한참을 나를 보며 짖어댔다. 나는 손을 들어올려 인사했다. 개는 조금 짖더니 짖기를 멈췄다. 하루종일 좁은 공간에 갇혀 주변인들을 경계하며 사는 개의 생은 어떨까. 주인이 먹을 밥은 주지만 하늘을 날아다니며 스스로 먹이를 찾아야 하는 새를 보며 개는 새를 부러워할까. 아니면 새는 개를 부러워할까.
내 삶은 자유로운 새에 가깝다. 내 먹이를 직접 찾아 다녀야 한다. 누구 하나 사료를 주지 않고, 고객을 찾아야 하고,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고, 함께 땀 흘릴 사람들을 찾아야 한다. 새와 같이 사는 이들은 군집을 이뤄 함께 날기도 한다. 함께 날기도 하고 흩어지기도 한다. 군대에서는 새를 부러워 했는데, 이미 나는 새의 모습을 이룬건 아닐까.
더 자유로운 이들은 디지털 노마드라는 이름으로 전세계를 날아다니곤 한다. 나 역시 그런 삶을 원할까. 아니면 평온한 안식처를 오가며 자유로운 비행을 펼치길 원할까. 나는 이미 새와 같아진 것 같다.
More from Howdy의 블로그
See all posts특별한 법칙은 아니지만 자주 생각하려는 법칙이 있다. 향기의 법칙이라고 명명한 이 법칙은 무척이나 간단하다. 어떠한 상황에서든 상대를 유혹하라는 것이다. 원하는 것이 있다면 상대방이 원하도록 유혹하는 것이다. 이는 아주 간단한 원칙인데 동시에 매우 달성하기 어려운 법칙이기도 하다. 향…
향기의 법칙
하루가 멀다하고 사고가 터지는 것이 인간사. 인간이 만든 것 중 무엇이 대단하다 말할 수 있을까. 무엇이 완전하다 말할 수 있을까. 무엇이 영원하다 말할 수 있을까. 영원한 것은 단 하나도 없고 먼지가 쌓이지 않는 것도 단 하나도 없다. 기회 역시 영원하지 않아서 영원할 것 같은 젊음…
영원하지 않다
이카루스는 태양에 가까이 가면 안된다는 것을 알았으나 높게 날았다. 깃을 붙인 밀납이 녹아 깃이 떨어져 나가고 나서야 그는 자신의 미래를 보았다. 자유로 향하는 날개를 얻었을 때 태양을 향해서도 바다를 향해서도 안됐다. 고도를 유지하며, 섬세하게 바람을 타지 않는다면 어디로든 날아갈…
자유의 날개
인간이 보편적으로 누리는 권리는 대부분 거래를 통해 획득했다. 참정권은 군복무, 참전으로 얻었고, 링컨의 노예제 해방을 위해선 산업화된 사회에서의 흑인 인권이 필요했다. 반면 노예를 사용하는 것이 경제적 이득이 되는 남부군의 입장에서는 당시 기준으로 재산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보았기에…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