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석(水石)
물속에 가라앉아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지도 모르는 돌덩이.
자신의 힘으로는 물 밖으로 나올 수 없는 하찮은 돌덩이.
그것이 바로 수석이다.
모양이 독특한 돌덩이를 가져다가 의미를 부여하고,
그럴싸한 받침대 위에 올려두면,
이런저런 이름으로 집안에 복을 불러온다 하는 귀한 돌덩이가 된다.
귀한 토테미즘.
나는 수석 같은 인간들을 싫어한다.
모양이 조금 독특해서.
운 좋게 사람들에게 뽑혀 안방 주인 노릇을 하고 있는 놈들.
어느 날 주인이 망해서 수석이 하천으로 떠내려갈 때면,
스스로의 힘으로는 올라올 수도 없고,
올라올 능력도 없는 돌덩이들.
유일한 능력이라곤 다른 돌덩이와 다른 생김새와 적당한 크기라는 점.
하는 일이라곤 물속에서 가만히 앉아만 있는 놈들.
나는 그런 인간들을 혐오한다.
진정 빛이 나는 사람을 찾는 방법이 무엇일까.
주변의 모든 빛을 끄고, 가장 어두운 곳에 가보면 된다.
그곳엔 찬란한 빛을 뿜는 이들이 있다.
빨강, 초록, 파랑 현란한 색으로 돌멩이에 줄을 그어둔 것이 빛나는 돌이 아니라
어둠 속에서 찬란하게 빛나는 원석이 바로 그것이다.
칠흑의 어둠 속에서 뿜어내는 빛을 볼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둠 속으로 나아가지도 않고, 눈을 떠서 감는 순간까지도 빛 앞에서 시간을 보낸다.
어둠을 모르니 빛을 구별할 방법도 없다.
나는 사람을 찾고 싶었다.
그래서 천만 원을 걸어보기도 했다.
그것도 여러 번.
스쳐 지나가는 흔적만으로도 그 이상을 볼 수 있는 사람들을 찾고 싶었다.
대한민국에 그런 이들이 몇 명이나 있을까.
내가 글을 쓰는 이유도.
내가 영상을 올리는 이유도.
모두 사람을 찾고 싶었기 때문이다.
어둠 속에서 찬란하게 빛나는 돌.
나는 여전히 큰 뜻을 품은 이들을 찾고 있다. 보이는 것만 믿지 않고, 숨겨진 것을 볼 수 있는 이들을 찾아보고 싶었다. 과연 몇 명이나 될까. 과연 몇 명이나 찾을 수 있을까.
때로는 그런 생각도 했다. 유명인이 되어야 하는가. 어떻게 해서든 많은 조회수를 얻고, 유명한 이들이 되면 될까. 미디어에 나오는 이들 중에는 힘과 능력이 있는 이들이 있지 않겠는가. 하며 말이다. 이게 웬걸. 미디어에 나오는 이들 중 태반은 범죄자, 약쟁이, 섹스 중독자들인데.
마치 원하는 이상형을 찾는 것처럼. 어찌 그리 많은 인간들이 다 똑같은 것인지 아무런 차이점도 발견할 수 없었다. 그저 돌 색깔이 신기해서. 물 밖으로 올라온 이들.
그렇기에 나는 종종 이런 범죄자, 인간 말종들을 떠올리며 다짐한다. 저런 놈들도 하루하루 열심히 사는데. 나는 더 열심히 살아야지. 저런 놈들도 한 번의 뽕과 돈뭉치, 섹스를 위해 일생을 갈아 넣고 있는데. 나는 저 새끼들보다는 낫게 살아야지. 하며.
나는 찬란히 빛나는 인물이 꼭 광명 아래의 인물일 것이라 믿지 않는다. 또한 어두운 심연 속에 머물러 있다고 해서 그가 뼛속까지 잘못된 인간이라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저 깊은 어둠 속에서도 빛나는 이들을 찾고 있고, 광명 아래에서는 숨겨둔 더러움이 없는 인간을 찾아보는 중이다.
그런 이들이 모인다면 이 일도 훨씬 쉽게 끝나겠지. 하며.
More from Howdy의 블로그
See all posts특별한 법칙은 아니지만 자주 생각하려는 법칙이 있다. 향기의 법칙이라고 명명한 이 법칙은 무척이나 간단하다. 어떠한 상황에서든 상대를 유혹하라는 것이다. 원하는 것이 있다면 상대방이 원하도록 유혹하는 것이다. 이는 아주 간단한 원칙인데 동시에 매우 달성하기 어려운 법칙이기도 하다. 향…
향기의 법칙
하루가 멀다하고 사고가 터지는 것이 인간사. 인간이 만든 것 중 무엇이 대단하다 말할 수 있을까. 무엇이 완전하다 말할 수 있을까. 무엇이 영원하다 말할 수 있을까. 영원한 것은 단 하나도 없고 먼지가 쌓이지 않는 것도 단 하나도 없다. 기회 역시 영원하지 않아서 영원할 것 같은 젊음…
영원하지 않다
이카루스는 태양에 가까이 가면 안된다는 것을 알았으나 높게 날았다. 깃을 붙인 밀납이 녹아 깃이 떨어져 나가고 나서야 그는 자신의 미래를 보았다. 자유로 향하는 날개를 얻었을 때 태양을 향해서도 바다를 향해서도 안됐다. 고도를 유지하며, 섬세하게 바람을 타지 않는다면 어디로든 날아갈…
자유의 날개
인간이 보편적으로 누리는 권리는 대부분 거래를 통해 획득했다. 참정권은 군복무, 참전으로 얻었고, 링컨의 노예제 해방을 위해선 산업화된 사회에서의 흑인 인권이 필요했다. 반면 노예를 사용하는 것이 경제적 이득이 되는 남부군의 입장에서는 당시 기준으로 재산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보았기에…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