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한 나로 강하게

내가 처음으로 피아노를 칠 때​부터 지금까지도 나는 이 찬양을 가장 많이 연주했다. 강해지고 싶었다기보다는 나 자신이 약한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

더 강한 사람이 되고 싶었고 그렇게 살려고 애써왔지만 실제로는 강해 졌다기보단 내가 얼마나 약한 사람인지를 알아가는 과정이었다. 내가 어느 정도의 고난을 견딜 수 있는 사람인지를 알아가면서 내가 얼마나 약한 사람인지를 배우고 있다. 강해지는 것이 아닌 약함을 인지하는 과정이었다.

누군가에겐 이런 모습이 강해져 가는 과정으로 보일지도 모른다. 역경을 겪고 살아남으면 보통은 그를 두고 강해져서 돌아왔다고 표현하니 말이다. 그러나 역경을 겪고 돌아온다고 해도 정말 강해진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그 과정에서 몸과 정신이 피폐해질 수도 있고. 살아는 돌아왔지만 삶의 의미나 목적을 상실할 수도 있다. 눈으로 보이는 근육이나 육체의 강인함은 늘어 보일지 몰라도 정신의 강인함과 성숙함은 낮아졌을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찬양에서 말하는 강함은 육체적 강함도 정신적 강함도 아닌 인간이 스스로의 한계를 깨닫고 신 앞에 겸손해지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나는 내 나이 때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경험하지 못한 정말 많은 일을 겪었다. 누군가에겐 이런 일들을 배우고 해내고 실패하거나 성취하는 과정이 강해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과정을 통해서 배운 것이 있다면 지식도 지혜도 권능보다도 위에 있는 것이 있다. 인간이 누구나 다 발걸음을 떼어 무엇이든 도전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이지만 그 일을 마치는 것은 인간의 뜻으로만 이뤄지지 않는다. 거대한 거래일수록. 거대한 계약일수록 더욱 그러하다. 절대 실패하지 않을 것 같아 보이는 것들은 실패했고. 반드시 실패할 것이라 보이는 일들은 성공하곤 한다.

약한 나로 강하게. 여기서의 강함은 전사의 강함이 아니다. 인간이 가진 한계를 깨닫는 것이다. 인간은 연약하고 수많은 상황에 감정적으로 요동치는 불완전한 존재다. 그 누구도 강하기 쉽지 않다. 폭풍에 놓인 촛불처럼 자신의 앞날도 하루 뒤의 미래도 보지 못한다. 언제 꺼져도 이상하지 않을 인생을 살며 누가 미래를 예견하고 자신의 미래를 장담하겠는가. 하루 뒤도 모르는 이가 강하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내 힘으로 전쟁에서 싸울 생각을 버렸다. 삶은 나의 한계를 깨달아가는 과정이었다. 나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들을 쉽게 해낼 수 있는 사람들과 함께 해야 하고, 그들이 어렵게 하지만 나는 쉽게 하는 것으로 그들을 도우며 함께 해내야만 한다. 그 누구도 강할 수 없다. 우린 모두 불완전하고 연약하다.

Comments

    More from Howdy의 블로그

    See all posts

    특별한 법칙은 아니지만 자주 생각하려는 법칙이 있다. 향기의 법칙이라고 명명한 이 법칙은 무척이나 간단하다. 어떠한 상황에서든 상대를 유혹하라는 것이다. 원하는 것이 있다면 상대방이 원하도록 유혹하는 것이다. 이는 아주 간단한 원칙인데 동시에 매우 달성하기 어려운 법칙이기도 하다. 향…

    Sanghoon Han

    향기의 법칙

    Hearts 1Comments 110/07/2026

    하루가 멀다하고 사고가 터지는 것이 인간사. 인간이 만든 것 중 무엇이 대단하다 말할 수 있을까. 무엇이 완전하다 말할 수 있을까. 무엇이 영원하다 말할 수 있을까. 영원한 것은 단 하나도 없고 먼지가 쌓이지 않는 것도 단 하나도 없다. 기회 역시 영원하지 않아서 영원할 것 같은 젊음…

    Sanghoon Han

    영원하지 않다

    Hearts 0Comments 010/07/2026

    이카루스는 태양에 가까이 가면 안된다는 것을 알았으나 높게 날았다. 깃을 붙인 밀납이 녹아 깃이 떨어져 나가고 나서야 그는 자신의 미래를 보았다. 자유로 향하는 날개를 얻었을 때 태양을 향해서도 바다를 향해서도 안됐다. 고도를 유지하며, 섬세하게 바람을 타지 않는다면 어디로든 날아갈…

    Sanghoon Han

    자유의 날개

    Hearts 0Comments 010/07/2026

    인간이 보편적으로 누리는 권리는 대부분 거래를 통해 획득했다. 참정권은 군복무, 참전으로 얻었고, 링컨의 노예제 해방을 위해선 산업화된 사회에서의 흑인 인권이 필요했다. 반면 노예를 사용하는 것이 경제적 이득이 되는 남부군의 입장에서는 당시 기준으로 재산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보았기에…

    Sanghoon Han

    민주주의 붕괴

    Hearts 0Comments 010/07/2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