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디워시
평상시 바디워시는 마트에서 하나씩 사곤 했다. 그런데 가장 최근에 산 바디워시는 쿠팡으로 샀다. 가격이 무척 저렴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산 바디워시는 이상하게 입구를 돌려도 제대로 펌프 부분이 올라오지 않았다. 펌프가 작동하지 않으니 어쩔 수 없이 뚜껑을 열어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게 이벤트를 만들 거라곤 생각을 못했다.
날이 더워져서 집의 창문과 화장실의 창문을 열어두곤 한다. 그러면 바람이 화장실 쪽으로 강하게 들어와 화장실 문을 닫곤 한다. 이걸 방지하려고 보통 슬리퍼로 닫히지 않게 두었다. 하루는 슬리퍼로 문이 닫히지 않는 무게추로 두지 않고 펌프가 안 눌리는 바디워시를 세워두었다.
그런데 이게 결국 문제를 만들었다. 화장실 문 앞에 바디워시로 그렇게 두었으니 들어가고 나오면서 툭 치면 바디워시 통이 쓰러질 수 있었던 것이다. 그 사건이 바로 오늘 일어났고, 나는 황당하게도 화장실 바닥을 모두 덮고 있는 바디워시를 볼 수밖에 없었다.
물로 씻어낼까 싶어 화장실 안으로 들어가니 얼마나 미끄러운지 도저히 설 방법이 없었다. 의도치 않게 바닥에 깔린 바디워시를 한참이나 손으로 쓸어내고 나서야 샤워기 쪽으로 가서 물을 틀 수 있었다. 살면서 쏟아진 바디워시를 다시 통에 넣어보는 경험을 하는 것도 우스운 일이지만 처음엔 아깝게 느껴졌던 기분이 화장실을 가득 채운 비누향 바디워시로 오히려 웃음이 터져 나왔다. 상황은 황당하고 샤워하러 들어가서 미끌거리는 바닥에서 바디워시 향에 기분이 좋아지고 있다니. 나 스스로가 우스웠다.
그때 나는 유튜브 생방송을 켜두고 있었는데 트럼프와 시진핑의 관세 전쟁을 이야기하며 시진핑이 동남아 3국을 누비며 동맹을 만들고 있다는 소식이 들렸다. 권력자들이 환율로 전쟁을 하고 있는 시대에 나는 화장실에서 바디워시와의 전쟁 중이라니. 그 둘의 전쟁은 누가 이길지 모르지만 어쨌던 나는 바디워시 통은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전쟁을 치룬다는 사실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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