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t 8200

아버지는 늘 내가 똑똑하다고 말씀하셨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퍼즐을 남들보다 훨씬 빠르게 풀어냈기 때문이다. 어른들이 몇 시간씩 매달리는 퍼즐도 나는 몇십 분 만에 해결하곤 했다. 그래서 나는 내 지능의 수준과, 어떤 형태의 지능에 강점을 가지는지 일찍부터 잘 알고 있었다.

나는 단순한 암기보다는 퍼즐처럼 연결성을 가지는 지식에 강하다. 연속적인 정보들 사이에서 연관성을 찾아내는 능력이 남들보다 월등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타인의 코드를 보며 내 코드를 개선하는 방식으로, 선배들의 코드를 내 코드와 연결시키며 지식을 확장해왔다. 배움의 과정도 마찬가지였다. 책에서 읽은 내용이 내 코드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순간, 그 지식은 내 것으로 흡수되었다. 결과적으로 내 삶은 하나의 거대한 퍼즐과 같았다. 처음에는 테두리를 맞추며 시간을 보냈고, 이후에는 퍼즐의 내부로 들어가 점차 구체적인 그림을 완성해왔다.

사업에 대해서는 지긋지긋함을 느끼지만, 유일하게 남은 관심은 군수산업이다. 나는 이 세계가 필연적으로 전쟁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고 본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이 시작됐을 때 사람들은 그것을 '사태'라 부르자고 했다. '전쟁'이라는 표현이 자칫 세계대전의 신호로 받아들여져 동맹국의 참전이나 UN 결의로 이어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우크라이나는 전쟁이라 주장하고 싶었지만, 현실은 패배에 가까운 결과로 귀결됐다. 그 과정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수십만 명의 젊은이들이 희생됐고, 아이러니하게도 우크라이나 내 억만장자 수는 오히려 늘어났다.

전쟁이란 본디 그렇다. 기괴할 정도로 기계적으로 인간을 살육해, 억눌린 갈등을 폭발적으로 분출시키는 수단이다. 만약 한국에 전시 상황이 발생한다면 사람들은 과연 대출 상환을 신경 쓸까? 은행이 파산하고 채권자가 사망한다면 빚도 의미를 잃지 않을까? 그뿐만이 아니다. 국제사회에서 '전쟁 자금'이라는 이름으로 돌아다니는 돈은 결국 정치 권력과 브로커들을 통해 누군가의 큰 이익이 되고, 전쟁터에 내몰린 사람들에게는 총 한 자루가 쥐여질 뿐이다.

지금 이 시대는 극단적인 고통 속에 있다. 이 고통을 해소할 수단이 필요하다. 세계 곳곳에서는 젊은 세대의 절망이 끊임없이 들려온다. 사회 유지가 한계에 다다르면, 내부 갈등을 외부로 돌리는 '전쟁'이라는 원초적 수단이 다시 선택될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 모두 전쟁이라는 위험에 노출된 상태다.

길어야 20년이라고 본다. 이 한반도에도 포탄이 떨어져 산업 인프라와 대기업 사옥이 모조리 파괴될 수 있다. 세계대전의 불길이 어디로 향할지 모른다. 그것이 눈에 보이는 폭격일지, 사이버전 형태의 비가역적이고 일방적인 정보 공격일지는 알 수 없다. 그래서 나는 군수산업, 특히 사이버 방위산업이야말로 내가 가야 할 마지막 길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떻게 이 길을 열 수 있을까? 아마도 이스라엘의 Unit 8200처럼 극단적인 상황을 준비해야만 가능할 것이다.

이스라엘은 사이버전 분야에서 최강의 무기를 수없이 만들어낸 정보 강국이다. 한국은 이에 비하면 초라하다. 북한과 중국도 사이버전에서는 결코 만만치 않다. 이 나라는 스스로를 지킬 방패도, 공격할 무기도 모두 허술하다. 눈에 보이는 포병 전력만 늘린다고 승리가 보장된다면 모든 국가가 같은 전략을 택했을 것이다. 우리는 강자의 전략이 아니라, 약자의 전략으로 강대국들 사이에서 생존해야 한다. 이런 비상시국에도 국가는 사분오열돼 있고, 사이버 방어는 해커들의 놀이터가 된 지 오래다.

살아남으려면, 우리는 무기를 만들어야 한다. 이대로라면 희망이 없다. 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서는 정보전에서 최소한 반반 싸움을 만들어내야 한다. 그렇지 못한다면, 이 땅은 결국 누군가의 먹잇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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