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급차는 자정이 지나면 사이렌을 울리지 않는다
Brad Mehldau - Between the Bars
자정이 넘어 사망자가 발생한다고 해도 구급차가 사이렌을 울리며 다니지 않는다. 도로는 텅 비어있기에 사이렌을 울릴 필요도 없이 사망자가 있는 곳으로, 위급한 환자가 있는 곳으로 조용히 갈 수 있다. 그날도 그랬다. 구급차는 한 낡은 건물 앞에 조용히 도착했다.
사실 낡은 건물의 앞에 구급차가 온 것은 낡은 건물에서 위급한 환자가 있었기 때문이 아니다. 얼마 전 아주 크게 지은 한 대기업의 신축 건물의 뒤편으로 구급차가 온 것이었다. 구급차가 그 건물에 온 것도 모르게 뒤편으로 조용히. 차를 주차했다.
자정이 넘은 시각. 평상시엔 아무도 막지 않는 에스컬레이터와 엘리베이터 앞을 건장한 보안 요원이 지키고 있다. 아무도 출근하지 않는 이 시각에 보안 요원은 왜 그곳을 지키고 있었을까.
그랬다. 입 안엔 피와 침이 가득 섞여 있었다. 악취가 나지는 않았다. 피가 어디서 뿜어져 나온 것이었을까. 목? 위? 폐? 아니면 혀라도 끊었던 것일까? 죽어가는 시체에서 떠나는 온기는 꺼지는 촛불보다 힘 없이 나약했다. 사후 경직으로 몸이 돌덩이처럼 굳어간 시체를 만져본 적이 있는가. 장의사의 손길로 깨끗이 처리된 시체임에도 당장이라도 눈을 뜰 것 같아 보인다. 하지만 온기를 잃은 차가운 몸과 도통 살이라고 느껴지지는 않는 딱딱한 피부. 근육은 더 이상 활기를 잃고 피는 멈춰 굳어버렸다.
감춰야 하는 살인은 얼마나 많이 일어나는 것일까. 그날은 구급차만 도착했을 뿐이다. 그 어떤 경찰차도 볼 수 없었다. 길거리에는 음식물 쓰레기 냄새가 가득했다. 뜨겁게 달궈진 부패한 음식물 쓰레기 냄새가 역겨웠다. 아직은 시체에서 냄새가 날리 없는데 말이다.
죽어도 되는 인생이 종종 생기나 보다. 아무도 기록하지 않은 평범해 보이는 사망. 음식물 쓰레기 냄새로 기록된 그날의 마지막 인상. 나는 종종 잊고 싶은 기억도 잊지 않기 위해 기록해두곤 한다. 삶의 날 것을 오랫동안 기억해두고 싶었다. 그것이 썩은 냄새가 나는 것일지라도.
나는 무덤에 내려가는 자 같이 인정되고
힘없는 용사와 같으며
죽은 자 중에 던져진 바 되었으며
죽임을 당하여 무덤에 누운 자 같으니이다
주께서 그들을 다시 기억하지 아니하시니
그들은 주의 손에서 끊어진 자니이다
시편 88편 4-5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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